Untitled Document

 
 

 Total 118articles,
 Now page is 1 / 10pages
View Article     
Name   b.k. jeon
Subject   그 고행이 의미하는 것
                  그 고행이 의미하는 것

  그들은 마치 자벌레처럼 정확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여름, 시골 숲 속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길이 3-4 cm 정도의 몸통이 가는 자벌레라는 벌레가 살고 있다. 이 벌레는 먼저 머리를 앞으로 자기 몸통길이만큼 움직인 다음, 꼬리부분을 끌어당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자벌레가 한 번에 움직이는 거리는, 더도 덜도 아닌, 항상 자기 몸통길이만큼이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티베트의 고원지대에서 그들은 성지 라싸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오체투지란 불교의 한 수행방법이다. 다섯 곳의 몸, 즉 양 무릎과 양 팔꿈치 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면서 한 번에 정확하게, 자벌레처럼, 자기키만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한국의 스님들이 하는 삼보일배수행과 같다고 보면 된다.
  티베트와 중국이 접해 있는 산동성 부근에서 야크를 기르며 사는 평범한 세 목부(牧夫)가 평생의 소원인 수도 라싸까지의 2100 Km 오체투지 고행 길에 나섰다. 한국 리(里)수로는 5천 2백 50리, 그 길은 지금 겨울이고 6개월이 넘게 걸리는 머나 먼 길이다. 그들은 특별한 장비 같은 것도 없다. 손바닥이 불어 트는 것을 막기 위해 송판으로 만든 일종의 나무장갑과 가슴과 배를 보호해 주는 야크가죽 앞치마가 전부이다. 그리고 이 세 수행자를 뒷바라지하는 동네 노인 둘이 수레에 음식과 취사기구, 텐트 등을 싣고 따라 올뿐이다.
  한 없이 낮아지고, 한 없이 자기를 버리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며 하루 종일 절을 하며 가는 오체투지의 고행! 그들은 하루에 고작 4-5 km 갈 수 있을 뿐 이다. 눈이 덮인 설산을 오르기도 하고 냇물도 건너가고 빙벽을 넘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애물을 만날 때라도 그들은 자기 키와 그 거리를 계산하여 미리 절을 한 후에 걸어서 장애물을 넘는다. 이런 고생을 185일을 한 후에야 그들은 수도 라싸의 포탈라 궁에 이른다. 거기서 그들은  석가모니불 앞에서 또 10만 배를 올린 후, 순례의 여정을 마친다.
  누가 그들에게 물었다. “왜 이런 고행을 합니까?” 대답은 명료했다. “내 모든 죄업에서 벗어나 내생에 다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이오. 그리고 또 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오..” 그들의 고행은 어떤 세속적인 욕망이나 기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위해서 또 모든 이들을 위해서이라고 했다. 현대의 물질문명에 쩔은 눈으로 보면 야크를 방목하며 사는 그들의 생활은 얼마나 단조롭고 부족한 것이 많은가? 가진 것이라고는 야크 몇 마리와 척박한 땅 뿐인 그들이지만, 누구 하나 물질적인 축복이나 세속적인 가치를 말하는 이가 없었다.
  비록 그들의 얼굴은 추위와 눈보라에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고, 차림새는 누더기를 걸친 남루한 모습이었지만, 그 긴 고행의 끝에서 그들의 선한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지만, 가진 것에 만족할 줄을 압니다. 우리의 환경은 좋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허락된 여건에 감사할 줄도 압니다. 우리는 교육을 받은 일이 없지만, 선하게 살아가며 남을 사랑하며 사는 것,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가지려고 싸우지도 않고 더 오르려는 욕심을 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대의 사람들이 그렇게 기를 쓰며 추구하는 물질적인 가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내면의 충실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님을 잘 압니다. 우리는 행복합니다.”
  KBS가 만든 다큐먼터리 “차마고도의 순례자”를 보고 난 후, 나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의 선생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대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많은 문제의 해법은 과학적, 기술적 경제적인 것보다도 오히려 인간의 인성과 내면세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bkjeon.com

Name :    Memo : Pass :  



No
Subject
Name
Date
Hit
   그 고행이 의미하는 것 b.k. jeon 2009/02/27  4331
117    독도는 힘으로 지켜야 한다 b.k. jeon 2009/02/13  2664
116    국회의원이란 직분 b.k. jeon 2009/01/27  2578
115    탐욕의 시대 b.k. jeon 2009/01/16  2459
114    숨어서 돌을 던지지 마라 b.k. jeon 2009/01/15  2225
113    You never say, “ I love you” b.k. jeon 2009/01/15  2376
112    재벌은 특권층이 아니다 b.k. jeon 2009/01/15  2234
111    아인슈타인의 하나님 b.k. jeon 2009/01/15  2483
110    호치민, 베트남을 움직이는 힘 b.k. jeon 2009/01/15  2373
109     대권(大權)을 잡으려면 [1] b.k. jeon 2009/01/15  2614
108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 [1] b.k. jeon 2009/01/15  3011
107     노조(勞組)와 파업과 국가 [2] b.k. jeon 2009/01/15  2160
1 [2][3][4][5][6][7][8][9][10] Nex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life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