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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b.k. jeon
Subject   수필 : 나는 산이 그립다

       <나는 산이 그립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산이 그립다.
  산이 없는  미드웨스트 평원지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일까. 이곳에는 산다운 산이란 아예 없고 그런 산을 구경하려면 수 백마일 먼 곳의 산맥자락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속이 답답할 때 오르던 고향의 뒷동산 같은 산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아야 반반한  평원 아니면 구릉 위에 작은 언덕이 펼쳐져 있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고향은 정다운 작은 야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러나 제법 높은 봉우리들도 있는 소백산맥의 한 끝이었다. 그 중 둥실 봉은 내가 자주 오르던 산이었는데, 가파른 능선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오르면 사방 수 십리의 먼 산야가 눈 아래 펼쳐 있었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시야가 좋아 나는 방학 때면 즐겨 둥실봉을 홀로 오르곤 했었다. 산에 둘러 쌓여 산과 함께 산 그 어린 시절엔, 나는 산의 한 부분이었고, 산은 산대로  내 가슴에 자리를 잡은 자연그대로의 삶이었다.
  허나, 그 고향을 떠나 산 것이 수십 년, 자연과의 단절은 특히 산과의 단절은 나를 가끔 우울하게 만든다. 홀로 산책할 길도 마땅치 않고, 오를 산은 수 천리 먼 곳에나 있는 도심에서 살다보니, 산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월(素月)도 산유화(山有花)라는 시에서, 산과의 단절을 가슴아프게 노래한 일이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언뜻 보기엔 평범한 내용인 듯 하지만, 시인은 자연과 인간, 또 그 사이의 단절을 노래하고 있다. 산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누가 모르랴만, "산에는 꽃이 피네"를 "세상엔 세상엔 사람들이 사네." 라고 산은 세상으로 꽃은 사람으로 말을 바꾸어보면 이 시의 철학적인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소월의 산은 갈 수 없는 먼 산, 조국의 독립만큼이나 먼 곳에 저만큼  있었다. 꽃도 홀로 산 속에서나 피어 시인은 다가 설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우리의 산도 마찬가지이다. 멀리 있을 뿐이다. 마음에서나 그릴 수 있는 곳에, 거기 산이 있다. 사람이 어찌 모든 것을 갖추고 "물도 좋고 정자도 좋은 곳"에서만 살수 있겠는가. 그러나 산과 강과 친숙하게 살던 고향을 떠나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산다는 것은 늘 무엇인가 부족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는 문을 열면 산이 보이고 새소리가 들리는 곳이 아니다. 봄이면 진달래꽃으로 온 산이 향기로운 그런 곳이 아니다. 가을이면 파도소리 같은 가랑잎 구르는 소리로 잠을 못 이루던 그런 곳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바람이 부는 평원과 바다 같은 호수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것인가.  지금은 그런 대로 적응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늘 산과 물이 있던 고향을 생각하고 아쉬워하는 버릇은 고치기가 힘들 것 같다.
  무엇인가 생각을 하면서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산에 가고 싶다!
  눈 덮인 겨울이라도 좋다. 산의 침묵 속에서 아마 나는 조금은 새로워 질 것이다. 새순이 돋는 봄이면 또 잎이 우거진 여름이면 나는 산의 생명력으로 인해 새 힘을 얻을 것이다. 가을의 산에서는 산의 겸허함과 세월에 흔들리지 않는 산의 무게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산에 가고 싶다! 켜켜이 속진(俗塵)이 쌓인 나이지만, 산은 옛날처럼 말없이 나를 맞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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