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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b.k. jeon
Subject   My stories in America: (14) 베개도 없이

***** 이 글은 시리즈 수기형식으로 쓰고 있는 저의 미국생활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베개도 없이, 차도 없이

  우리는 베개도 없이 6개월을 살았다. 침대는 아파트에 애초부터 다 부수어진 것이라도 하나있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베개는 어디 가서 사와야 했기 때문이다. 차가 없으니 자전거를 타고 어디 가서 베개를 사 가지고 뒤에 매달고 와야 하는데, 사실은 베개를 어디 가서 사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책을 두어 권 수건에 둘둘 말아 베개로 사용했었는데, 고된 일에 시달린 날은 자고 나면 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아팠다.
  이 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아픈 증세가 계속되자, 나는 베개를 사기로 큰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를 데려가면 베개를 실어올 수 없으니 집에 있으라 해 놓고서는, 나는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몇 마일 떨어진 곳의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막상 백화점에 갔으나 그 큰 백화점 어느 구석에서 베개를 파는지 알 수가 없어 물어 물어 찾아가서 두 개를 골라들고 보니, 조그만 상표에 Made in Korea 라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국 상표만을 보고서도 그만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벌서 몇 달째 한국사람을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 한국상표가 좀 잠잠하던 내 향수병(鄕愁病)에 다시 불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베개를 내 동댕이치고는 벌렁 침대에 누워버렸다. 까닭을 알 리 없는 아내는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느냐 묻고 또 물었지만, 남자가 체면이 있지, 차마 한국상표 때문에 내 향수병이 또 도졌다는 고백은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미국교회에서 만나 사귀게 된 스트리트 씨 내외가 흥분된 얼굴로 우리를 찾아왔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그는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자 한 분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와서는 당장 찾아가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우리 집에는 전화조차 없어서, 인근 공중전화로 달려가 우리는 급히 다이얼을 돌렸다. Hello! 라는 저쪽의 음성을 듣자마자 다짜고짜 나는 혹시 한국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네, 그런데요!" 여섯 달만에 듣는 이 한국말 한마디에 내 심장은 두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스트리트 씨가 차를 몰고 찾아 간 그 집!  거기엔 우리와 꼭 같이 생긴 까만 머리, 납작한 코의 한국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이었다. 여섯 달만에 동포를 만난 기쁨이라니! 사막에서 조난을 당했다가, 여섯 달만에 구조대를 만나면 그런 느낌이 들까? 나는 그 아주머니를 부둥켜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감정을 자제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덩달아 스트리트 씨도 우리가 한국동포를 찾은 것을 기뻐하며 미소를 멈추지 않던 기억도 난다. 아주머니는 그곳에 십여 명의 한국사람이 산다고 했다. 모든 한국 분의 전화번호를 얻어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스트리트 씨에게 먼저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오늘 오후 백화점에 가서 베개를 사서 자전거에 매달고 왔는데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재미있어 합디다. 그런데 사고 보니 한국 상표가 붙어 있습디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한국사람을 만나게 되었오. 아마 그 한국산 베개가 행운을 가져다 준 모양입니다. 진작 한국산 베개를 샀어야 하는 건데... 여섯 달 전에 샀어야 하는 건데......  

  차가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아내도 출퇴근을 시켜 준다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나는 새벽 번(day shift)을 하고, 아내는 오후 번(Evening shift)에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출퇴근에 문제가 없었지만, 퇴근해서 아내를 자전거에 태워 출근을 시키고는 밤 11시에 또 양로원에 가서 아내를 데리고 와야 했다. 캄캄한 밤에 자전거를 둘이 타고 온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내가 걸어가서 데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스트리트 씨가 하루는 돈을 자기가 빌려 줄 터이니, 중고차를 한 대  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깊은 속마음에 나는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몇 백불의 적은 돈이지만, 아무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도움을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나중에 당신에게 받은 사랑을 남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겠습니다".
   주말에, 스트리트 씨의 차를 타고 헌차 파는 곳에 몇 군데 들른 후, 우리는 고물 67년형 다지(Dodge)를  한 대 샀다. 비록 4백 60불 짜리 차이었지만, 내겐 난생 처음 가져보는 차이고, 자전거를 타고 여섯 달을 고생한 끝이어서, 그 기쁨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다. 엷은 베이지 색의 큰 차체에, 낡았지만 그래도 붙을 것은 다 붙어 있는, 이 고물 차에 나는 몇 번이고 키스를 해 주고 싶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며는 말이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워두고 매일 왁스칠을 하고 타이어를 닦아주는 것으로 차에 대한 내 애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스트리트 씨와 새로 만난 고향 분이, 한적한 시골길로 나를 태우고 나가서  운전을 가르쳐 주어 몇 주 후에는 대망의(?) 운전면허를 따게 되었다. 그 날아갈 것 같던 기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내가 새 롤스로이스를 산다해도, 내가 미국에서 첫차를 샀을 때, 처음 운전면허를 받았을 때 같은 기쁨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가난할 때 더 정서적이 되고, 더 감사할 줄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후 30여 년, 몇 대의 새차를 사서 썼지 만, 지금은 몇 년도 형 무슨 모델이었었다는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나 내가 처음 탔던 고물 차에 대하여서는 아직도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첫 사랑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첫차의 기억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 같다.
  주말에 우리는 간단한 차림으로 교외로 달려나갔다. 끝없이 퍼져있는 미주리 평원을 우리는 무한정 달려 보았다. 우린 차가 없던 한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붉은 해가 지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닌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다는 생각을 하고서야, 차를 돌려 도라 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받았던 설음과 가슴속의 응어리가 좀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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