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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b.k. jeon
Subject   My stories in America: (17) 위기일발, 그리고 은인

**이 글은 저의 미국생활 이야기를 시리즈 수기형식으로 쓰고 있는 것의  일부입니다**  


                  위기일발, 그리고 은인(恩人)                                   1976년 12월

  1976년 말 겨울, 나는 식품도매상들이 있는 시카고를 향해 아침 일찍 스프링필드를 출발하였다. 거리로는 무려 500마일(800 Km), 당시 오일파동으로 고속도로에 최고주행속도를 55마일로 제한하고 있을 때이어서 열 시간을 운전해야하는 먼길이었다. 얼마 전에 산 구형 픽업트럭을 몰고 시카고에 가서 직접 물건도 사고, 거래처 사람들도 만나보려는 생각에서였다.
  미주리를 지나 일리노이 주에 접어드니 끝없는 일리노이 평야지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토지가 너무 비옥해서일까? 농작물이 없는 겨울 땅이 이상하리 만치 검은빛을 띄우고 있었다. 콩 밀 옥수수의 주산지인 이 일리노이 평원에서 생산해내는 곡물만으로도 당시 전체한국인구의 식량난을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직도 춘궁기 보릿고개 걱정을 해야하는 많은 고국의 동포들 생각에 가슴이 아파 왔다. 짧은 겨울햇빛이 저물어 가는 평원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농가의 굴뚝에서 벽난로를 때는가 평화롭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을 때....이제 저녁식사를 마친 이 평원의 농부들이 평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나는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아직 알지도 못하면서, 살겠다고 시카고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그날 밤을 허름한 모텔에서 묵은 나는 긴장과 오랜 시간의 드라이브로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여기저기 도매상에 들려 물건을 사서 트럭 적재함에 싣기 시작했다. 날씨는 영하 십오륙도의 혹한인데다, 그날 따라 바람이 세차게 불어 콧속까지 얼얼할 정도로 매섭게 추운 날씨이어서, 이곳저곳 이동을 하며 일을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어쩌랴!, 빨리빨리 일을 보고 어두어지기전에 출발하여 밤새 운전을 해서라도 돌아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이 늦어져 캄캄한 초저녘에야 나는 시카고를 벗어나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물건을 가득 실은 하중이 있어서인지 차는 힘들게 달리는 것 같았다. 올 때부터 차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있었었지만, 천오백불짜리 차가 오죽하랴, 괜찮겠지하며 돌아가서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시카고를 벗어나 한 시간쯤 갔을 때다. 갑자기 차가 한 쪽으로 쏠리는 듯 하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오른쪽 뒷 타이어가 폭발하자마자 차체가 바닥을 긁으며 차가 오른 쪽으로 만 달려가는 것이었다. 핸들을 꼭 잡은 채 컨트롤하려고 해도 속력과 하중 때문에 차는 왼쪽추월선에서 오른쪽으로 주행선을 두개나 가로지르며 앞에 냇가 근처로 밀려가고 있었다. 이때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고 눈을 감아 버렸다. 이미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차가 전복되든지 뒤에서 오는 차에 받치든지 아니면 저 밑에 개울 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던 것이다. 이 1-2초의 순간이 나는 영원처럼 길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에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체험을 했다. 갑자기, 겨우 돌 지난 첫애 나무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면서, '나무야! 내가 이렇게 너를 두고 가는 것  같다. 미안하다.', 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 짧은 순간에 왜 하필 어린 나무 생각이 떠올랐을까? 아무 다른 생각은 나지를 않고, 나무 생각만을 했을까? "새끼의 생존"을 걱정하는 본능적인 부성(父性)이 그런 것인지.....이제 곧 잘 뛰어다니고 말도 하는 나무의 천진스런 얼굴이 무슨 영화 스크린처럼 스치면서, 내가 그렇게 죽는 것이 나무를 아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겠구나 생각을 하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라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쿵 소리가 나며 차가 멎었다. 천만다행으로 차는 뒤집히지도 않고, 뒤에서 받치지도 않은 채 개울 앞에 처박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눈을 감고 가만히 운전석에 앉자있으려니, 누가 차문을 거세게 두들기는 것이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대형 트럭의 백인 운전기사가 내 차가 앞에서 요동치며 쳐 박히자, 자기 트럭을 급히 도로변에 세워놓고 뛰어 온 것이었다.
  "Are you okay? You're very very lucky!" 사실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속력에 타이어가 폭발하면서도 뒤집어지거나 받치지도 않은 채 20여 미터를 덜컹거리며 굴러가서 개울앞 2-3미터에 차가 선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차가 전복이 되었거나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딛쳤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트럭으로 나를 데려가서 보온병의 커피를 따라주며 조금 진정하며 쉬라고 했다. 그 추운 겨울밤에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도 몇 시간 고생을 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며, 그때까지도 두근대는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그는 또 무선 라디오를 이용하여, 구난차를 불러주고 구난차가 올 때까지 한시간여를 기다리다가 자기 갈 길로 다시 출발했다.  "조심하시오!" 한마디를 하고 대형 트럭을 몰고 가던 털털하게 생긴 장년의 백인 아저씨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는 아직도 이렇게 "선한 사마리아인" 처럼 사는 시민들이 많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사람들은 범죄와 마약,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미국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고, 실제에 있어서는 아주 건실하고 검소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이다. 대도시의 게토나 슬럼가 만을 보고 미국은 그렇고 그런 나라라고 단정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마피아 영화를 보고 미국은 폭력이 판치는 서부 시대적인 카우보이의 나라로 치부해서는 큰 실수이다. 그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미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모든 것이 있는 다변적인 사회다. 마약 중독자가 많은가 하면 수백만의 사회자원봉사자가 있고, 빈민가가 있는가 하면 도시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고급 주거지역이 있고, 공부를 잘 하지않는 젊은 층이 있는가 하면 지구상의 석학들은 다 모여 있는 곳이 미국이다. 일면, 무질서하게 보이기도 하고 방만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내적으로 보면 미국처럼 법이 준수되고 질서 있는 사회도 없을 것이다.
  2차 대전 직전, 일본은 미국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인종이 모인 다민족 사회이기 때문에, 그들은 전쟁이 나면 미국은 국론이 분열되고 결속도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을 했다고 한다. 지리멸렬한 중구난방이 될 것으로 믿었던 그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전쟁이 나자 자원입대자가 줄을 서고,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국채가 너도나도 사는 바람에 동이 나고,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로 나가자 여자들이 군수공장에서 비행기를 만들고, 조선소에서 용접기를 들고 전함을 만들고, 대포알을 만드는 일에 뛰어 들 줄은 미쳐 몰랐던 것이다. 일본은, 일사불란하게 상명하달 식으로 움직이는 자기들 군국주의 체제가, 미국의 자유분방한 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줄로 믿고 있었고, 미국은 겁쟁이의 나라, 이민들이 모인 오합지졸의 나라이기 때문에 전쟁을 해도 자기들이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결속하기 시작했고 하나가 되기 시작해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원화된 사회의 힘은 합쳐질 때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획일적인 군국주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둘이 되거나 둘 이하밖에 될 수 없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둘도 될 수 있고 셋, 넷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마치 화학반응을 일으키듯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합쳐질 때는 힘의 상승(Synergy)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모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 일부 역사학자들의 의견이라고 한다.
  미국에 오래 살다보면, 미국국민의 전체적인 국민성을 이해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은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이고,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실용주의적인 가치관이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본래 신교도들이 세운 나라가 미국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가정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실생활에서는 실용주의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고 있다. 언뜻 보면 모두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또 국가를 위해서는 기독교적인 책무감이 있어서인지 발벗고 나서는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이다. 실제로 자원봉사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고, 해외 선교나 봉사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이다. 또 현실생활에서 미국사람들은 아주 실제적이다. 미국인의 실용주의적인 사고는 모든 생활에 잘 나타나고 있는데,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호하고 쓰기 편하고 경제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들의 소비패턴이나, 무엇이든 긴 안목으로 보는 그들의 기질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나는 미국에 오래 살면서 많은 미국 친구를 사귈 기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나를 위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대형 트럭을 세워두고 그 춥던 날  나를 도와 준 이름 없는 기사 양반 같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미국인 사기꾼도 만나고, 악덕 사업가도 만나고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났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미국인들은 우선 육체적으로 건강하며 정신적으로도 순수하고 마음씨가 따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고 삶을 즐길 줄도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라가 부강하면 부강하게 된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미국은 자원이라든지 환경 같은 경제적인 요건 위에 이런 국민의 성정 때문에 부국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미국민의 성실성과 근면성, 책임의식과 팀웍의식의 부강한 나라를 만든 것이라 생각이 된다.
  지금쯤 그 기사양반은 아마 70대 후반의 노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는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 지도 모르는 그 분이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면서 잘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분이니 복도 누리며 장수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그 날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고 복된 노후가 되기를 빕니다!"



Mark :: qZvHdTpUXQbIk  [2016/05/12]
JimmiXS :: mlZKChZZhIyBiH  [2016/08/12]
Barnypok :: LxRmQonUV  [2017/01/04]
Barneyxcq :: VhOhRqVadKfsiO  [2018/02/16]
Barneyxcq :: jJKfmCpYdnEHdkUf  [2018/02/16]
Judi :: UbIfrZxIb  [2018/05/12]
Name :    Memo : Pa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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