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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b.k. jeon
Subject   수필 : 물가의 작은 집



물가의  작은 집

  살다보면 일이 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관계에 매듭이 꼬여 가슴이 아플 때가 있다. 스스로 왜 이렇게 조바심을 칠까,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하고 차근차근 행동할 수는 없을까, 일이 풀리는 순리대로 살아가면 안될까, 이 갑갑한 마음을 내버릴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편편치 않을 때도 있다.
  이런 때, 나는 버릇처럼 연상을 하는 것이 하나있다. 어릴 적 동구밖에 유유히 흐르던 금강 줄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몇 길 물 속까지 들여다보이던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깊던 물, 공해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던 거울 같이 깨끗한 물, 서두르지 않고 소백산맥의 굽이굽이를 돌아 여유자적하며 흐르던 물, 거기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살던 물고기들.....나는 어려서부터 이 강물을 보기 위해 혼자 가는 곳이 있었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동구밖 동산의 소나무 밑이었다. 혼날 일을 저지르고 도망가서 숨어 있던 곳, 출타한 어머니를 기다리던 곳, 왠지 놀 거리가 시원스럽지 않을 때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던 곳이 그곳이다. 거기 저만큼 여여한 금강 물이 있었다. 거기 있으면 웬지 나는 편했다. 항상 홀로 여유로운 강물은 내게 자기를 배우라는 듯 말없이 흘러가고만 있었다. 그 서두르지 않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가슴이 이내 편안해 졌기 때문에 나는 그 비밀의 장소를 자주 찾아가곤 했었다.
  강물은 결코 조급해 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항상 같은 페이스로 흐르는 듯 마는 듯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목표지인 바다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낮은 곳으로만 흘러 흘러 더러운 것도 씻어주며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지만, 돌아서 갈 줄 아는 지혜도 있었고 무리하지 않는 성숙함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는 자정(自淨)의 엄격함도 가지고 있었다.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들판도 적셔주며, 나그네에겐 시원한 물로 땀을 식혀주며 목마른 짐승들에게는 달디단 물을 주면서 흐르고 있었다.
  물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세상에 얽매여 심신이 피곤할 때 고요히 낮게 드리운 작은 호수를  바라보거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이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가 있다. 그 모나지 않은 잔잔한 수면, 작은 생물과 뭇고기들을 살게 해 주는 넉넉한 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분노로 출렁대던 가슴도 부글대던 속알이도 차츰 가라앉게 되고 만다.
  그러나 지금은 고국을 떠난 지 수십년! 역마살이라도 있어야 남의 나라 생활을 한다고 했던가! 이민의 고달픔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나에게는 이제 그곳은 더 이상 나의 피신처가 아니다. 마음이 갑갑할 때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늘 마음속에 머무르며 지워지지 않는 옛 사랑 처럼, 마음이 스산하고 복잡할 때는 꼭 그립고 그리워지는 그런 곳일 뿐....
  그래서인지 나는 소박한 꿈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 꿈이란 강물이나  호수가 있는 곳, 물가에다 작은 삼간초옥(三間草屋)을 짖고 사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아선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꿈이기는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이야 누가 뭐래도 자유가 아닌가.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물가의 벤치에 앉아 나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고 싶고, 해질녘 천조각 만조각으로 반짝이는 황혼의 물결을 바라보고도 싶다. 지금까지 그만한 정신적인 여유 없이 부산하게 살아서일까. 물가의 작은 집 욕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져만 간다.
  할 수만 있다면 물가에서 물과 더불어 물 같이 살아보고 싶다. 물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며, 물 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살고 싶다. 분명 실현이 어려운 꿈인 줄은 알지만, 그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한 발자국쯤 속세를 벗어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버리고 마니, 이를 어쩌누! 이를 어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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